|HIT 취중잡담| 바이오디자이너스 이동호-오성수 공동대표
10명은 족히 앉을 수 있는 큰 테이블과 다양한 책들이 꽂혀 있는 서재. 두 개의 와인 냉장고와 향긋한 커피 내음을 맡을 수 있는 머신, 다양한 주전부리와 각종 차들. 제철 과일로 가득 찬 냉장고. 사무실이라고 말하긴 어려운 편안함을 주는 공간이다. 이동호 대표는 국내 바이오 생태계에 속한 사람들이 언제든 편히 와서 놀 수 있도록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일종의 국내 바이오족을 위한 놀이터라고나 할까.
"국내 바이오 생태계 사람들이 모여서 놀 수 있는 자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이전에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에선 소속과 직급에 상관없이 한 자리에 모여 신약개발을 주제로 자유롭게 말할 수 있었거든요."
바이오디자이너스 사무실. 누구든 편하게 앉아서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다.
이동호 대표와 오성수 대표가 의기투합 해 만든 바이오디자이너스는 국내 신약개발 역사에서 빼 놓을 수 없는 범부처전주기신약개발사업단에서 아이디어를 가져와 민간 영역(private side)에서도 이러한 콘셉트의 구조와 프로세스를 구현해 보자는 데서 출발했다. 바이오·헬스케어 분야에서 기술과 아이디어를 가진 개인과 기업의 창업을 돕기 위해 ▷창업학습프로그램 ▷전문가 멘토링 그룹 운영 ▷자금유치를 펼치는 바이오디자이너스. 이들의 미래와 국내 신약개발에 대한 투자와 연구 등 다양한 경험에 대해 두 공동대표와 찻잔을 기울이며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히트뉴스는 오성수 바이오디자이너스 대표(왼쪽)과 이동호 바이오디자이너스 대표와 찻잔을 기울이며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1. 공적 영역의 범부처전주기신약개발사업단의 프로세스를 민간영역으로
최근 벤처캐피탈 기획창업 등 자본 집약적으로 바이오 벤처가 창업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 보여요. 바이오디자이너스는 뭐가 다르죠?
이동호 공동대표(이)=큰 틀에서 보면 바이오디자이너스가 지주사가 되고, 우리가 창업을 돕는 연구자와 함께 회사를 창업해 우리의 자회사가 되도록 하는 것입니다. 초기엔 우리가 자회사를 위해 최초의 자본금과 인프라를 구축하는 형식입니다. 이후 자회사는 기업공개(IPO), 인수합병(M&A) 등이 될 수 있겠죠. 우리 인적 자원이 자회사에 직접 투입되기도 할 것이고요.
오성수(오)=바이오디자이너스는 공적 영역(public side)에서 많은 성과를 냈던 범부처전주기신약개발사업단의 프로세스 중 장점을 민간영역(private side)으로 가져와 보자는 것이었어요. 물론 쉽지 않은 작업입니다. 사업단의 경우 정부가 9년 동안 민간과 함께 9000억여원을 투입해, 정부가 가진 인프라와 시스템을 활용한 매우 큰 규모의 사업이었죠.
우리는 민간 영역에서 그 프로세스를 극대화 할 수 있도록 '효율성'을 높이는 전략을 취할 것입니다. 특히, '컴퍼니 빌더(company builder)'라는 도구(tool)를 활용해 민간 자본으로 최대한 연구와 개발의 자유도를 높일 계획입니다.
바이오디자이너스 사업 내용[출처=바이오디자이너스]
문제는 효율, 어떻게 높일 수 있을까요?
오=▷딜 소싱 ▷인큐베이팅 ▷벨류업 단계로 나눠서 설명드릴 수 있습니다. 우선 제대로 된 기술을 저희가 가져와야 겠죠. 학계와 정부에서 오랫동안 몸 담은 이동호 대표님과 투자 쪽에서 일한 제 네트워킹 뿐만 아니라 바이오디자이너스 주주로 참여하신 분들의 네트워킹을 활용할 것입니다. 특히, 우리 회사 주주들은 국내 바이오 생태계에서 활동하고 계신 '기술자'들이며, 이 분들과 함께 기술에 대한 옥석을 가리는 작업을 할 예정입니다. 이 부분이 우리의 큰 차별화 포인트가 될 것입니다.
딜 소싱을 통해 제대로 된 기술을 가져왔으면, 인큐베이팅을 해야겠죠. 저희는 추가로 100여명의 전문가 멘토링 그룹(우리는 이 분들을 아미(army)라고 부릅니다.)을 구축 중에 있습니다. 이 아미 그룹들이 기술, 경영, 사업개발 등 다양한 영역에서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역할을 할 것입니다. 우리는 하나의 기술을 창업하여 인큐베이팅 하는데 많은 공을 들이기 때문에 기존 엑셀러레이터나 컴퍼니빌더처럼 많은 기업에 투자 혹은 창업을 하지는 못 할 것입니다.
현 시점에서는 5년을 놓고 봤을 때, 약 10개 정도의 회사가 나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물리적으로 많은 회사를 만들 수 없기 때문에 성공 확률을 높이는 작업을 할 것입니다. 우리가 창업을 하거나 창업을 도운 회사의 기업가치를 올려(value up) 상장하거나 매각을 할 것입니다.
바이오디자이너스의 멘토링 그룹[출처=바이오디자이너스]
얼핏 기존 엑셀러레이터 기업들과 비슷해 보이기도 합니다.
오=최근 엑셀러레이터들이 약 200여개가 생겼습니다. 그런데 이들을 살펴보면 초기 창업 시 컨설팅을 해 주거나 팁스(TIPS)를 운용하며 자금조달 부문에서 많은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인큐베이팅을 제대로 하기 위해선 결국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들이 주도해야 합니다. 바이오디자이너스는 자금조달 외에 신약개발 생태계에서 경험이 풍부한 분들을 아미 그룹으로 구축해 원 개발자 분들과 공동창업 혹은 저희가 창업하여 함께 기술개발을 할 것입니다. 특히 전 세계를 무대로 훌륭한 기술을 들여와 자회사를 만들어 제대로 된 인큐베이팅을 하고 싶습니다. 이것이 바이오디자이너스의 경쟁력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우리는 실질적인 인큐베이팅을 하려고 계획 중이기 때문에, 많은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순 없습니다. 보통 엑셀러레이터 기업들은 많은 기업에 투자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희는 연간 1~2개 회사를 직접 창업하거나 공동 창업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단순 자금 조달뿐 아니라 진정으로 창업을 돕는 것이지요. 제대로 된 성과를 보여주고 싶습니다.
#2. 자본 집약적 투자 생태계와 국내 신약개발 생태계
오 대표님도 투자 생태계에 오랫동안 몸 담으셨잖아요. 최근 VC 주도 기획창업이 실질적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어떻게 보세요? 자칫 IPO만을 위한 회사가 더 많이 생길 것이라는 시선도 있어요.
오=우선 이 부분부터 짚고 넘어가고 싶습니다. 국내 바이오 산업은 지난 20여년간 계속 성장해 왔어요. 이런 상황과 맞물려 제가 바이오 심사역을 시작 할 당시만 하더라도 약 20~30여명에 그치던 바이오 전문 심사역이 현재는 약 150여명으로 늘었죠. 바이오 산업이 발전하면서 심사역이 급격히 증가했어요.
지난 정부부터 현 정부에 이르기까지 창업과 일자리 창출은 정책의 큰 기조였고, 이로 인해 연구자들의 창업이 어느때 보다도 매우 활발해지고, 더구나 자본시장의 유동성으로 투자 딜 소싱의 경쟁이 매우 치열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과거와 다르게 VC들이 기획해 연구자들과 창업서부터 기획하여 투자하는 사례들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에서 VC를 비롯한 투자자의 엑싯(EXIT) 구조는 대부분이 IPO입니다. 투자는 계속해야 하는데, 딜소싱 및 투자사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보니 투자자들이 창업단계까지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지요. 이런 과정에서 자본의 속상 상 그리고 국내 투자시장의 상황상 기획서부터 IPO만을 위한 껴 맞추기식 투자가 나타나기도 하는 등 부작용이 나올 수 있는 여지들이 많아졌습니다. 투자업계에서도 이런 이슈가 점점 나오고 있는 것으로 보이긴 합니다.
금융은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투자의 목적을 엑싯에만 둔다면, 부작용들이 나올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시행착오를 거치며 정상적인 프로세스로 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두 분이 바이오디자이너스를 차리신데는 국내 신약개발 역량이 어느정도 올라왔다고 판단한신 것 같아요. 국내 신약개발 연구(research)와 개발(develop) 어디까지 왔나요?
이=범부처신약개발에서 다양한 파이프라인을 리뷰해 보니, 우리나라는 규모가 작은 회사들이 너무 흩어져 있다는 인상을 많이 받았어요. 한편으로는 이들 역량을 잘 모으면 충분히 신약개발 역량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죠.
국내에도 분명히 글로벌 무대에서 신약개발 프로젝트를 이끌 인력이 있습니다. 우리는 이런 인력을 아미로 구성할 것입니다. 현직에 몸담고 있는 YB 그룹은 대부분 소속된 회사가 있어 프로젝트에 단순 자문을 해 주는 역할을 맡게 됩니다. OB 그룹은 현직에서 은퇴한 분들이 좀 더 실무적인 일을 할 수 있겠죠. 언젠가 YB들도 OB가 돼, 현직에서 은퇴하더라도 급여를 받고 다양한 회사를 위한 실무적인 일을 도울 수 있겠죠. 자연스럽게 신약개발 경험들이 국내 생태계에 녹아들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오=미국이 정답은 아니지만, 정말 부러운 점이 있어요. 그들은 경험이 풍부한 사람들이 실제로 기술을 개발하는 데 직접 참여합니다. 이후 자본을 도구로 사용해 일련의 프로세스를 거쳐 회사를 키워 나가죠. 미국이 끊임없이 신흥부자가 나오는 이유죠.
LG생명과학에 몸담았을 시절의 일이었는데요, 세포배양기술을 활용해 백신을 생산을 할 수 있는 기술을 찾아보니 미국 동부 코네티켓 주 조그마한 사이언스 파크에 해당 기술을 가진 벤처가 있는 거에요. 그래서 내부 검토를 마치고 실사를 위해 현지로 미팅을 갔죠. 백발의 할아버지가 저희를 맞아 주셨는데, 알고 보니 그분이 제넨텍의 초기 투자자이자, 바이오젠의 공동설립자셨죠.
우리도 이런 경험 많은 분을 생태계에 많이 모셔와 궁극적으로 이런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
최근 국내 바이오 기업들도 인수합병을 적극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습니다.
이=바이오벤처 중 시총 1조원이 넘는 기업이 약 10개입니다. 이들 기업들은 인수합병을 적극적으로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또 최근엔 작은 규모의 바이오벤처들이 꼭 자신들의 신약개발의 전 단계를 이끌 수 없음을 인식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과 작은 바이오벤처의 인식이 맞물린다면 M&A가 일어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우리가 만든 자회사 역시 M&A를 적극적으로 고려할 것입니다. 특히 M&A가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초기부터 최대한 투명하게 데이터를 만들 것입니다.
끝으로 이런 질문을 드리고 싶어요. 미국, 유럽, 일본, 중국 사이에서 신약개발 분야에서 한국의 경쟁력이 있을까요? 기존의 신약개발을 주도한 미국과 유럽. 탄탄한 기초과학과 글로벌 제약사가 포진한 일본. 풍부한 인적자원과 큰 시장을 가진 중국. 한국의 강점은 찾기 어려워 보여요.
오=결국 스피드(speed)와 유동성(dynamic)을 극대화 할 수 있어야겠죠. 자본을 기준으로 보면 미국을 이길 수 없죠. 또 최근 중국의 인적자원의 수준도 매우 향상됐습니다. 기술력에서도 우리가 중국보다 더 우위에 있다고 말하기 어렵죠. 이렇게 보면 우리는 무기가 하나도 없습니다.
결국 우리는 빠른 속도로(speedy) 신약개발에 접목할 수 있는 것을 찾아내 진행해야 합니다. 최근 중국과 일본 역시 작은 기업들이 지속적으로 M&A를 하면서, 효율성을 높이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유동적인 우리 금융 자본을 신약개발에 어떻게 접목시킬 지 고민해야 합니다.
이=아직 국내에서 제대로 논의하고 있지 않지만, 중국의 약진은 무서울 정도입니다. 미국에서 공부한 중국 학자들이 고국으로 돌아가면서, 이제 중국도 기술력이 완성돼 가고 있어요. 일본은 기존에 하던대로 잘 하고 있고요. 이들과 경쟁하기 위해선 바이오디자이너스와 같은 회사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 질 것입니다.
출처 : 히트뉴스(http://www.hit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3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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